여우비

여우비 시즌 3-15화 - “엄마, 아빠!” 학예제를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시 추가 합격자 발표가 났다. 수시 접수하기 전날까지도 고민할 정도로 나는 나의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았지만, 대학 합격자 발표가 나고 나서는 솔직히… “나 합격했어요! 저녁에 뭐 먹을까요? 맛있는 거 먹어요!” 기뻤다.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을지, 아니면 백수가 될지,...

여우비 시즌 3-14화 - 수능 치고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따가웠다.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갔을 때 뉴스를 보니 이번 수능이 전체적으로 어려웠던 탓에 수능 최저등급은 잘 맞춘 것 같았지만, 혹시 몰라서 재수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. “오늘은 기분 괜찮나?” 아침부터 울리는 전화를 받자 도영이 물었다. 수능 치는 날로부터 2주 정도 지난 주말이었고, 오랜...

여우비 시즌 3-13화 - 수능 당일 아침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. 전날에 일찍 자서 그런지 오히려 평소보다 더 잘 일어났고, 문을 열고 나가자 피부에 맞닿은 찬 공기는 오늘이면 오랜 시간 나를 붙잡고 있던 수능이 끝난다는 생각에 약간 가라앉아있던 기분을 상쾌하게 변화시켰다. 6시 정도면 도영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 있겠지…? 오랜만에 만날 도영 생각에 들...

여우비 시즌 3-12화 - 요즘 자꾸 머리가 어지러웠다. 삼시 세끼도 꼬박꼬박 제때 먹는데 손이 떨리고 다리가 떨리고…. 그냥 그런 느낌이 났다. “와, 어지럽다…. 왜 어지럽지.” 오죽하면 도영과 밥을 같이 먹고 있는데도 머리가 아파 음식을 입에 넣어 씹고 삼키는 것도 괴로웠다. 조금씩 음식을 입에 넣고 의도적으로 천천히 씹어 삼켜야 했다. “잠 못 자서...

여우비 시즌 3-11화 - ‘RUN RUN RUN 난 멈출 수가 없어, 또 RUN RUN RUN 난 어쩔 수가 없어’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가 운동장에 울리고, 중앙의 잔디 구장에서는 사제 간 축구대회를 위한 준비운동이 한창이었다. “오늘 기사 쓰나?” “당연하지.” 도영이 축구화 끈을 묶고 일어나자마자 느껴지는 시선에 나도 내 시선을 도영에게 맞췄다. “...

여우비 시즌 3-10화 - ‘어디야?’ 결국 야구장에 도착해 도영에게 전화를 하려는데, 도영이 먼저 전화를 걸었다. “나 안에 도착했는데, 좌석 입구를 못 찾겠어.” 자습하고 온 후라 늦게 도착하긴 했지만. 고3이 야구장이라니 빙수 먹었을 때보다도 사치스러운 시간 소비였다. '그 옆에 뭐 있는데?' “카페랑…. 치킨집?” ‘기다려, 곧 갈게.’ 전화를 끊고...

여우비 시즌 3-9화 - 고3이 되고 시간이 정말 안 간다고 생각했는데, 어느덧 또 9월이었다. 분명 더워죽을 것 같던 8월 한여름이 어제였던 것 같은데, 여름 내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. 지금은 여름 같은 가을이었다. 그리고 지금까지 평생 교사를 꿈꾸던 난 지금 뭘 하고 싶은지, 뭘 해야 내가 행복할지에 대한 답을 아직도...

여우비 시즌 3-8화 - 대한민국의 고3은 이상하다. 낮과 밤이 12년 교육 역사상 거의 처음으로 강제가 아닌 자율적 학습, 자습의 시간으로 가득 차고, 고3이 벼슬이라고 할 만큼 모두가 고3을 위해 사는데…. 고3만큼 신체적, 정신적 여유나 친구들과의 특별한 추억이 없는 때가 없다. 학창 시절에 추억을 많이 쌓으란 말은 고3에게는 예외다. 고3을 잘 표현...

여우비 시즌 3-7화 - 7월이 왔다. 덥다. 아무 생각이 없다. “이윤지!” 더워죽겠는데, 도영은 길 한복판에서 해맑은 얼굴로 뛰어와 나를 꽉 껴안았다. 그 바람에 옆에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봤고 나는 도영의 등을 툭툭 친 뒤 빠져나와 말했다. “축구하고 공부도 하느라 고생했어.” 그러자 다시 나를 안아오는 도영이었다. 사귀기 전에 내가 아는 김도영은 이...

여우비 시즌 3-6화 - “헤어지기 싫어, 이윤지. 안 헤어지면 안 돼?” “…헤어져.” “싫어, 못 헤어져.” “누가 보면 영영 헤어지는 줄 알겠네. 얼른 가.” 김도영은 누가 보면 내가 진짜 이별이라도 선언한 것처럼 내 집 앞 현관에서 징징거리는 중이었다. 그냥 당연하게 서로의 집에 가는 것뿐인데. 나는 내 집에, 도영은 도영의 집에. “가기 싫다, 진...

여우비 시즌 3-5화 - “싫어. 취향 아냐.” “나 학원….” 단호했다. 6월 모의고사를 치고 새로 갓 개봉한 영화를 보러가자는 내게 단호하게 취향 아니라고, 그날 학원 있다며 거절하는 친구들이었다. “아니… 우리는 영화 하나도 같이 못 봐? 학원은 좀 늦게 가면 안 돼?” “영화 지루해보여. 게다가 외국 꺼잖아.” “나는 학원 빠지면 보충도 못 해서 못...

여우비 시즌 3-4화 - “축구 한다고 오라더니 보지도 않네….” 도영은 시합 있다고 꼭 보러 오라고 했고 나는 토요일 자습도 빠진 채 지수와 경기장에 갔다. “서운해? 남친이 시선 안 주고 시합만 해서?” “아니…. 서운할 게 뭐 있어. 집중하는 게 당연하지.” “에이. 서운해하고 있네.” “아니라니까?” 하지만 도영은 우리를 보긴 한 건지 모를 정도로 ...